그는 연주자였다
그것도 섹소폰 연주자였다
젊은 시절 그에게 음악은 전부였고
머리가 빠진 지금은 그게 전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
지금 그 주변에는 그 섹소폰밖에 없다
한때 불 같은 연애를 한 것 같기도 하다
하지만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
너무 오래된 기억이었고
그 당시 여자들은 자기처럼 늙었다는
혹은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
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
다만 그 시절의 얼굴만 또렷히 기억하고 있기를 바랐고
그런 느낌은 그를 과거로 보내서 연주하게 만들었다
그런 자신의 연주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듣는 것을
그는 가장 큰 행복으로 느끼고 있었다
평소에 공공근로를 하러 가는 시간이 아니면
이 원룸에서 그가 할 수 있는
섹소폰을 부는 일이 전부였다
음악 감상이었고 행복했고
그는 모든 걸 기억하고 싶었다
이 글을 공유하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