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간의 박제

그는 박물관을 좋아했다

일단 국립이라 그런지 관람료는 없었고

 평일에 가면 사람들은 일하는 중이었기 때문에

매우 한가롭게 이 넓은 공간을 쓸 수 있었다

이렇게 좋은 공간을 자기 혼자 독차지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



박물관은 시간을 박제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

그는 그런 느낌을 좋아했다

평소에도 그는 자신은 이 시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

현재 문화와 그는 하나로 맞추어 질 수 없는 어떤 괴리감 같은 것이 있다고 믿었고

그런 괴리감은 그가 거쳐간 직장마다 그를 관계의 불화로 밀어 넣고는 했다

그는 프리랜서라는 명함을 팠고 글을 쓴다는 이유로

박물관을 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

우연히 등단하게 된 점은 그가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도피처가 되었는데

그는 어느 날 시간이 빠져나가는 걸 창문으로 확인하고

그것을 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박물관을 나간 뒤로

다시는 그 박물관을 찾지 않았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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